1. 오랜만에 꺼내본 홍콩 영화
'화양연화'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20년도 전인 2000년에 개봉했지만 여전히 TV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개봉했을 당시에 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이 영화는 워낙 유명하여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보았던 홍콩 영화는 '첨밀밀'이란 영화인데 그 당시 특유의 분위기에 반해서 유명했던 홍콩 영화는 모조리 찾아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중 하나는 우리의 한복과는 다른 멋인 '치파오'였습니다.
여러 치파오들이 나오면서 눈까지 즐거움을 주었던 '화양연화'에 빠져 이 영화는 두 번 이상 정도 보게 되었네요.
영화 장면 중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으로 취사를 하는 풍경이 나오는데요, 얼핏 우리나라의 고시원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이기도 한 이런 배경은 감독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홍콩의 생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2. '화양연화' 줄거리
1960년대의 홍콩.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이주를 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 주인공인 '리첸'부부와 '차우'부부는 옆집에 나란히 이사를 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자 주인공인 '차우(양조위)'는 홍콩의 한 신문사 직원이었고 여자 주인공인 '수 리첸(장만옥)'은 한 무역회사의 비서로 일하는 직원이었습니다. 둘 다 배우자가 있지만 이들은 각자의 배우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가지지 못하고, 넥타이와 핸드백을 단서로 자신들의 배우자들끼리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게 됩니다.
이들의 배우자들은 영화에서 오로지 음성으로만 등장을 하게 되는데, 이는 영화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배우자들이 심리적으로 단절되었다는 의미를 암시합니다.
다가설 듯 끝내 다가서지 못하는 주인공인 '리첸'과 '차우'는 상투적인 로맨스 이야기에 불과하다 해도 섬세하게 감정을 꿰뚫는 이들의 우연은 사랑이 운명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한편, 배우자에게 마음을 얻지 못하는 그들처럼, 상대 배우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외도를 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그것의 진위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배우자들에게서는 얻지 못한 위안을 주인공들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애정표현은 절제되다 못해 금욕적으로 가게 됩니다. 서로의 사랑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고 도덕적인 것에 속박된 것처럼 그 감정들을 애써 숨기며 현실에선 고뇌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외로움으로 변질되었던 자신의 영혼을 추스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마침 벽을 사이에 두고 단절되어 버린 그들에게 향하여 라디오에서는 노래 '화양연화'가 흘러나오게 됩니다. 그들의 각자의 갈 길을 뒤돌아보지 않는 듯 가지만, 그것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기듯 서서히 사라져가게 됩니다.
3. '화양연화' 감상평
홍콩 영화에 빠져 그 특유의 분위기에 취해 보았던 것도 저에겐 그리운 느낌 중 하나입니다.
여담으로 홍콩 영화들을 보고서 제가 홍콩 여행을 두 번이나 갔다 왔습니다. 한 번은 친구와 함께 또 한 번은 홍콩 영화가 가장 만연했던 시대에 연애를 하신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 왔었죠. 아무튼 여태껏 봤던 장르와는 다른 제3의 세계 같은 홍콩 영화는 굉장한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화양연화'는 1960년대 배경을 여러 연출기법을 사용하여 아주 올드 한 느낌을 극대화했습니다.
부모님에게 들은 홍콩 영화는 90년대 중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극장에서 반 이상 차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그 당시 가장 잘나가던 배우인 성룡이나 이연걸, 양조위와 같은 배우들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목처럼 그때의 홍콩 영화도 '화양연화'의 시절이 영원하지만은 않았는데요, 그것은 1997년도에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 때 보았다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만이 가질 수 있었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십여 년 후의 제가 빠지게 된 것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 영화 캐릭터들의 모든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 애매함과, 끊임없이 방황하고 주저하는 그런 모습들이 마치 짝사랑과도 매우 닮아 있어서 그런지 여운을 많이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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